아프가니스탄은 왜 그렇게 갑자기 붕괴했는가? 【 2021년 08월 14일 토요일자 National interest 】

현재, 탈레반은 적어도 아프가니스탄의 2/3을 장악하고 있으며, 탈레반의 수중에 떨어진 아프가니스탄 지역의 비중은 빠른속도로 커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왜 이런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1975년초 몇개월동안 남베트남정부의 붕괴를 지켜본 미국민들이라면,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공세에 대해 '데자뷰'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은 수주전 미국이 미군철수를 시작한 이후 동요하고 있다. 8개 주도와 수많은 지방거점도시들이 탈레반에게 함락당했다. 현재 탈레반은 적어도 아프가니스탄의 2/3을 장악하고 있으며, 탈레반의 수중에 떨어진 지역의 비중은 빠른속도로 커지고 있다. 사실, 2001년말, 미국의 군사적개입 이후, 탈레반이 언제든 아프간 전역을 장악할 가능성은 농후해 보인다.
1990년대말 내내 탈레반 부대들이 계속해서 아프간 영토를 점령해오고 있었음에도, 이 같은 공세는 타지크, 우즈벡 및 여러민족들이 장악한 민족들이 파슈툰이 장악한 파벌을 격퇴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져들었었다. 하지만, 현 상황은 당시와 확연히 다르다. 탈레반군은 이미 아프간 북부지역에 공세를 벌여, 최근 이지역 대부분의 주도州都가 함락되어, 아프가니스탄에는 탈레반의 공세를 막을 신뢰할만한 지리적장벽이 없다. 현재, 카불정부는 아프간 내 고립된 소수민족이 사는 지역을 비롯한 수도주변의 일부지역만을 통제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얼마 안남은 이 지역마저 군병력으로 방어할 수 없다.
빠른속도로 영토를 상실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정권은 남베트남의 그것을 연상케 하고 있다. 이는 미국내 주전파主戰派의 주장이 실패가 임박한 아프간전을 설명하기 위해 들고나오는 근거와 일치하고 있다. 미국내 주전파들의 주장을 보면 과거 전쟁에서 처절하게 패배했던 과거의 기억들을 상기시키거나 패배의 책임을 온건파에게 전가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거의 20년 가까이 지속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군사적임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현상유지론자들은 미군철수가 인도주의적인 비극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었는데, 그들은 이에 대해 지속적인 대외홍보를 하면서, 미군의 아프간철수로 희생양이 될 두 부류인 아프간어를 통역했던 아프간인들과 미군에 협조했던 아프간인 그리고 아프간여성들을 주목하여, 이들에 대해 미군에 협력했던 이들은 투옥되거나 처형될 것이며, 아프간 여성들은 전부 중세에나 봄직한 엄격한 통제 속에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며, 교육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박탈당하고, 결혼을 강요당하는 2급시민으로 다시금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따라, 현상유지론자들은 미국은 그러한 끔찍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때까지 아프간에 잔류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특히, 점점 수렁으로 빠져드는 아프간에 미군을 보낸 조지.w.부시, 전임 美대통령1946.07.06~은 그러한 논지의 주장에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앞서 언급한 끔찍한 결과를 연상케 하는 그들의 주장은 현상유지론자들이 벌이고 있는 홍보의 주요한 목적인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잔류해야 하는' 명분을 부각시키고 있다.
미군이 철수한 이후 그러한 비극이 닥친다면, 개입론자들은 아마도 미군철수가 시기상조임을 옹호할 것이며, 황망한 철수는 모두 미군철수의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할 것이다. 이는 다시한번, 아프간 관련 현상유지론자들의 홍보전략과 베트남전 옹호론자들이 활용했던 전략간 유사성을 상기시키고 있으며, 그들은 동남아시아에서 미군의 임무가 교착상태에 빠져듦에 따라, 주전론자들은 실패한 전쟁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 전략재정학적 재난을 촉발시킬 것이다. 따라서 미군은 아프간에 영구히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베트남이 붕괴한 지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주전론자들은 아직도 그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들은 통일된 공산베트남을 탈출하는 불쌍한 난민들을 지목했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쟁에서 월맹의 승리는 이 전쟁으로 말미암아 공산주의는 전세계를 장악하는 길을 열어젖혔다." 라고 경고했다. 공산화 일정의 지체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제3세계 국가의 정권들이 소련이나 중공의 위성국가로 전락했다는 것은 아마도 그러한 전략이 성공했다는 것을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1989~1991년말까지 계속된 소련제국의 극적인 붕괴는 이러한 공산주의의 논리적 근거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냉전당시, 미국의 강경론자들은 미국인들과 베트남인들 모두에게 재정적 · 인적 비용을 치르게 했던 베트남 전쟁에 개입한 것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대신, 그들은 잘못된 반전反戰운동 때문에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패배했다고 보고 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미국내 베트남전 반대시위는 베트남에 파병된 미군의 사기를 꺾었으며, 미국의 여론을 반전분위기로 돌려놓았다.
한편, 미국내 " 아프간 잔류 지지론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 베트남철수의 전철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러한 막무가내식의 국가재건임무 추진에 대해 경고한 모든 세력들에 대해 아프간철군의 책임을 전가하려고 했다. 그리고 세평에 따르면, 미군의 주먹구구식 개입을 지지한다는 것은 아무리 명백하고, 중대한 실수 라 할지라도,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프간의 현실을 인정하고, 더이상의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옹호하는 세력들은 반대세력들이 과거의 악몽을 연상케하고,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를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다.
개입론자 들은 아프간에서의 혼란과, 이로 인한 예상된 결과에 책임이 있는 이들이다. 아프가니스탄은 미국과 소련이 냉전冷戰의 볼모로 사용하고자 하기 전까지는 꽤 안정적인 나라였다. 소련이 세운 정부를 붕괴시키기 위해 미국이 反공산주의 성향의 무자헤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상황이 녹록치 않았던 아프가니스탄을 불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했으며, 결국 탈레반 세력이 부상하게 하는 길을 내주게 되었다. 알카에다의 은거지를 파괴하고 테러리스트 집단을 숨겨주려는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기 위한 2001년 미국의 개입은 아프가니스탄의 불안과 고통을 장기화시킨 국가재건을 위한 대대적인 노력을 제약이 뒤따랐지만, 정당화 시켰다.
아울러, 개입론자들은 " 일부지역의 국가적 비극과 세계도처에서 일어나는 여러건의 지독한 부실행정은 미국도 바로잡을 수 없다"는 서방진영과 공산진영 국가들이 오랫동안 알고 있는 현실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다.
탈레반의 아프간장악의 여파는 사실 많은 아프간 사람들에게는 비극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을 탈출한 이들을 지원하는 한편, 진보적인 난민정책을 채택해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간을 서구식 민주주의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황망한 희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수십년동안 미군의 목숨을 걸고,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납세자들의 세금을 쏟아붓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도덕적인 선택도 아니다.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다른 여러나라들과 함께)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의 개입으로 상황이 호전되었다기 보다는 악화되었다.